
뉴스펀치 안철우 기자 |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시민들이 계엄군의 총구에 맞서 싸웠던 현장인 광주 금남로가 15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찬성·반대 집회 현장이 됐다. 각각 수만 명의 인파가 운집한 이날 집회는 불과 100m 남짓한 거리를 사이에 두고 동시에 열렸다. 양측은 저마다 "우리가 5·18 민주 정신의 적자"라 강조하며 집회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보수 성향 개신교 단체 '세이브코리아'는 이날 오후 1시 윤 대통령 탄핵 반대와 석방을 촉구하는 집회를 했다.
집회장소인 금남로 일대는 낮 12시쯤부터 전국 각지에서 모인 시민들로 인파가 집중되기 시작했다.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 중에서 전세버스를 대여해 온 단체들도 몇몇 눈에 띄었다. 세이브코리아 측은 당초 1천명 규모로 집회 인원을 신고했다가 참가 인원을 1만명으로 대폭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탄핵 반대 집회 참여자들은 양 손에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집회를 기다리며 탄핵 반대 구호를 외쳐댔다. 일부 참여자들은 'stop the steal', '우리법연구회 좌파사조직', '북침주장 행배아웃', '대통령을 석방하라', '탄핵무효'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이어갔다.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는 붉은 옷을 입고 연단에 섰다. 전씨는 "빛의 도시 광주에서 독재자에 맞섰던 5·18 희생정신을 기억하자"며 "더불어독재당(더불어민주당을 의미)에 맞선 윤석열 대통령을 지켜내자"고 했다. 그는 "자유민주주의를 누린 것은 1980년 5월 신군부 독재에 맞서 싸웠던 정의로운 광주 시민들의 희생 덕분"이라 치켜세우며 "광주 정신을 계승해 계몽령을 통해 국민들을 일깨워 준 윤석열 대통령을 석방하라"고 덧붙였다. 시민이 계엄군에 맞서 싸운 것이 광주 정신인데, 12·3 불법 계엄을 '계몽령'이라 미화하는 데 이용한 것이다.
이날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광주비상행동'도 세이브코리아 주최 집회에서 불과 100m 가량 떨어진 금남로 1가 일대와 옛 전남도청 앞인 5·18민주광장에서 1만명이 참가하는 집회를 열었다. 광주비상행동은 이날 오후 4시쯤부터 집회를 시작하기로 했으나 탄핵 반대 집회 역시 집회 1시간 전쯤부터 참가 인원이 밀집되기 시작했다.
주최 측 추산 2만 명의 시민들아 운집해 "오월 정신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 비상 행동과 광주 시민들이 "민주주의 성지인 금남로를 지키겠다"며 몰려들었고, 광주·전남지역 국회의원과 지자체장 등 지역 정치인들도 가세했다. 1980년 당시 시위대를 견인했던 농악대도 함께 했다. '윤석열 즉각 파면', '김건희도 구속' 등 손팻말을 들고 나온 시민들은 보수단체 집회 전유물로 여겨졌던 대형 태극기도 꺼내 들었다. "우리가 애국"이라는 의미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