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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유라시아의 시작 땅끝, 해남에서 판소리 분야 유일한 대통령상 수상자 천희심 명창

지난 1996년 동편제 흥보가 완창 발표회
전북도립국악원 창극단 첫 정년 퇴임자...20여 년 몸담아
지난 1997년 전주대사습 대회 첫 출전 3등 차지
지난 2000년 목포 전국국악 경연대회 명창부 장원 대통령상 수상

 

뉴스펀치 최영남 기자 | 유라시아의 시작 땅끝 해남에서 판소리 분야 유일한 대통령상을 수상한 천희심 명창을 만났다. 그런데 이날(23일)이 뜻밖인지 천 명창의 64회 생일이란다.

 

“본시 소리꾼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고행이요. 한없는 자기성찰이란 마음으로 공부를 하다 보면 그 소리에서 향기가 천리, 만리에 퍼져 ‘상락아정’에 이른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문을 여는 천희심 명창.

 

천희심 명창의 소리판 ‘다섯 바탕의 멋’이 지난해 4월 14일 오후 해남문화원 문화홀 공연장에 올려졌다.

 

또한 판소리고법 분야에서 전설적인 인물로 평가 받고 있는 천 명창은 해남에서 ‘천희심 판소리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날 공연은 우천으로 인하여 해남문화원에서 공연을 했다.

 

천 명창의 소리 인생을 풀어 놓은 그날 공연은 그동안 동거동락한 명창들이 판소리의 다양한 멋과 흥겨운 무대를 선사하며 공연장을 가득 메운 국악 애호가들은 천 명창의 판소리 단가에 장단을 맞추며 한껏 호사를 누렸고 깊이 빠져들었다.

 

이날 천 명창의 굵고 남성적인 동편제 창법을 들을 수 있었다. 천 명창은 우리나라 판소리고법 분야 전설적 인물이자 광주시 지정 무형문화재 제11호 판소리 고법 예능 보유자인 송지면 출신 고 천대용의 장녀다. 아버지 고 천대용은 딸인 천희심을 혹독하리만큼 소리꾼의 길로 인도했다.

 

그 결과 천 명창은 지난 2000년 40세에 목포 전국국악 경연대회에서 꿈에 그리던 대통령상을 받았는데 이때 소리도 동편제 홍보가였다.

 

천 명창은 지난 1993년 익산 김소영 선생으로부터 동편제 심청가를 배웠다. 천 명창은 힘이 있으면서도 애절한 대목에선 애절하게 소리를 이끈다. 이러한 소리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판소리가 흥보가다.

 

또한 천희심 명창은 전북도립국악원 상임 단원으로 활동하다 지난 2020년 정년퇴직했고 퇴직과 함께 아버지의 흔적이 남아있는 해남에 둥지를 틀었다. 그는 지난 1996년 동편제 흥보가 완창을 시작으로 지난 2000년 흥보가 완창 무대, 지난 2009년에도 동편제 김세종바디 춘향가를 완창해내는 등 꾸준히 발표회를 열어왔다.

 

한편 동편제는 섬진강을 중심으로 전라도 동쪽 지역에 있는 남원, 운봉, 구례 등지에서 불리던 소리로 특별한 기교를 부리지 않아 서편제와 비교된다. 서편제가 슬픈 곡조인 계면이 많고 유연하고 화려하다면, 동편제는 기교가 적고 박자가 빠르며 직선적이다. 쭉쭉 뻗는 우렁찬 소리가 매력이기 때문에 동편제에서는 소리꾼의 성량을 중요하게 여긴다. 따라서 이날 천희심 명창의 동편제 흥보가는 해남에서 듣기 힘든 동편제의 진수를 만날 수 있는 날이었다.

 

또 서편제가 섬세한 기교에 비애가 섞인 계면조가 주를 이룬다면, 동편제는 뚝뚝 떨어지는 대마디 장단이 많고 단순 웅장한 게 특징인데 이러한 동편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였다.

 

이번 천희심 명창의 동편제 흥보가는 조선조 말 명창으로 추앙받았던 송만갑의 소리 전통을 이은 것이다. 송만갑의 동편제는 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흥보가’ 예능 보유자인 강도근이 이었고 강도근은 이를 해남 출신 이난초 명창에게 사사했다. 판소리 흥보가로 지난 2020년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흥보가 보유자로 지정된 이난초 명창에게 동편제 흥보가를 사사받은 이가 바로 천희심 명창이다.

 

또한 천희심 명창은 전남 목포 출신으로 바이올린을 켜는 외할아버지와 소리를 했던 어머니 사이에서 예술적 끼를 품은 채 자랐다. 14살 되던 해 아버지의 권유로 가야금 병창을 시작했지만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다. 남들보다 늦은 나이인 20살 때 소리에 입문했다.

 

하지만 본격 소리를 시작한 것은 남편 권혁대 명고를 만나면서부터다. 부인의 타고난 끼를 한눈에 알아챈 권혁대 명고는 아예 전주로 터를 옮기고 김소영 명창, 이난초 명창 등에게 동초제 심청가, 동편제 흥보가, 춘향가 등을 익혔다.

 

서른 언저리에는 동초제 대모인 이일주 명창에게 심청가를 배웠다. 이후 지난 2004년 42살의 늦은 나이로 전북도립국악원 창극단에 입단, 20여 년을 몸담아 왔다. 시련도 있었다. 10년 전 갑상선 수술로 소리꾼으로서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수술이 끝나자마자 소리가 나는지 목을 체크할 정도로 소리꾼의 근성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갑상선 수술 이후 목이 달라졌음을 알게 되었고 이후 별의별 방법을 사용했으나 회복되지 않아 소리꾼의 길을 포기할 뻔도 했다.

 

소리꾼 인생 40년, 전주에서 본격 시작한 것만 얼추 계산해도 20년이 넘었다. 부모의 권유로 시작했지만 소리로 성공하라는 남편의 지원이 큰 힘이 됐다. 수술 후유증으로 몸이 피곤해지고 매사가 귀찮아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그럴 때마다 마음을 되잡고 자신을 담금질했다.

 

지난 2020년 11월 19일 전라북도립국악원의 대표 상설공연인 ‘목요 국악 예술 무대’에서 올해 마무리 공연이 천희심 명창 무대로 마련됐다. 천 명창의 은퇴를 기념하는 마지막으로 공연으로 정든 국악원을 떠나게 된다. 하지만 소리꾼 천희심 명창의 이름을 더욱 각인시킬 기회였다.

 

한편 천희심 명창은 지난 1997년 전주대사습 대회에 처음 출전해 3등을 차지했고, 지난 제28회 진남제 전국판소리명창대회 입상을, 제14회 광주특장부분 명창대회 대상을 수상하였으며 지난 2000년 목포 전국국악 경연대회 명창부에서 대통령상을 받았다.

 

천 명창은 대통령상 수상 이후 많은 제자를 양성하고 있다. 서울대 국악과를 졸업한 제자도 2명이나 되고 전국대회 심사로 어르신들의 북장단을 위해 창자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기자의 질문에 천희심 명창은 “욕심일 수 있으나 한번도 해보지 못한 특별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전국 팔도를 다니며 흥보가를 선보일 예정이고, 팔도유람 공연은 전국 최초이지만 전국을 돌아다니며 지금까지 해보지 못한 경험을 할 예정"이라며 "예전부터 마음속에 담아왔던 계획으로 어느 정도 주변 정리가 되면 시작할 계획이다. 항상 의무감과 책무감에 평생을 살아왔다. 그 의무감을 풀어낼 각오”라고 말을 이어가는 천희심 명창의 아름다운 소리는 국악 애호가에게 새로운 기회로 다가올 것이다.

 

부디 천희심 명창의 애절한 소리가 국민들의 서러운 한을 풀어 줄 수 있는 아름다운 소리로 세계방방곡곡에 울려 퍼지고 천희심 명창도 무형문화재의 꿈이 이루어질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