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펀치 김용희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11시 용산 대통령실에서 긴급 담화를 갖고 "저는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이 비상 계엄을 통해 망국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자유대한민국을 재건하고 지켜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저는 지금까지 패악질을 일삼은 망국의 원흉, 반국가 세력을 반드시 척결할 것"이라면서 "이는 체제 전복을 노리는 반국가 세력으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안전, 국가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며 미래 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의 긴급 대국민 담화는 일체의 언론 공지 등 없이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저녁 10시 23분쯤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기자들의 출입을 통제한 채 약 5분 40초의 짧은 브리핑을 통해 계엄 선포를 알렸다.
이후 약 1시간 후 계엄사령관에 박완수 육군참모총장이 임명됐고 11시부로 계엄사령부 포고령(1호)를 발표했다.
경찰이 국회 진입문을 막았지만 여야 의원들은 담을 넘어 국회에 진입하는 등 '국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등 일체의 정치 활동이 금지된다'는 포고령은 사실상 실행되지 않았다.
야당측 인사들은 국회 본청 출입문을 막으려고 바리케이드를 설치하는 등 계엄군과 대치를 벌였다. 4일 자정 무렵부터는 국회 경내로 진입한 군 병력이 본청으로 진입을 시도했다. 일부 무장병력은 본청 창문을 깨고 진입에 성공, 본회의장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처럼 계엄군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여야 의원들은 계엄 해제 결의안 의결 정족수를 훌쩍 뛰어넘는 190명이 모였고 참석 의원 전원 찬성으로 가결돼 4일 오전 1시 3분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150분만에 사실상 해제됐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불과 6시간 만인 이날 오전 4시 20분 경 두 번째 대국민 담화를 통해 스스로 해지한다고 밝혔다.
계엄령 선포로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 중 1430원까지 치솟는 등 금융시장은 급격한 타격을 받았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이후인 10시 53분 1430.0원까지 올랐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주간거래에서 1402.9원으로 마감했으나, 오후 10시 30분부터 급상승했다. 원·달러 환율이 1430원대까지 뛴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강달러’가 극에 달했던 2022년 10월 26일 이후 약 2년 1개월 만이다.
이번 비상계엄 선포는 1979년 10월 26일 전두환 씨를 중심으로 결집한 당시 신군부의 계엄 이후 45년 만이다. 당시 계엄사령부는 1980년 5월 17일 24시, 즉 5월 18일 0시를 기해 일체의 정치활동을 중지시키고, 대학에 대한 휴교, 영장 없는 체포, 구금, 검색 등을 내용으로 하는 계엄포고령 제10호를 발표했다.